[EBN 칼럼] 대통령과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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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N 칼럼] 대통령과 유튜브

박선종 숭실대 법학과 교수(금융법) / 롤링주빌리(주빌리은행)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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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2.17 08:00

박선종 숭실대 법학과 교수(금융법) / 롤링주빌리(주빌리은행) 이사장

12·3 비상계엄 사태로 온 국민이 가슴을 쓸어내렸는데, 그 불행한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인기 유튜브의 영향력을 지적할 수 있다. 지난 1월 대통령이 체포되면서 지지자들에게 남긴 말은 ‘레거시 미디어는 너무 편향되어 있으니, 유튜브를 많이 보라’는 것이었다.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란 전통적 대중 매체로서 신문, 라디오, TV와 같은 디지털 이전의 미디어 채널을 의미하며 올드미디어(old media)로 불린다. 레거시 미디어의 반대 개념은 뉴미디어(new media)인데, 유튜브(You Tube)가 대표적이다. 현재 레거시 미디어의 TV와 유튜브는 상당 부분 경쟁상태이다. 한편, 인기 유튜브의 패널로 등장하는 인물들은 TV 방송사 못지않게 유명인인 경우도 흔하다. 최근 대부분 디지털 TV 수상기에서 유튜브 시청이 가능해지면서, 특히 노년층을 중심으로 양자의 정체성을 혼동하는 경향이 있다. 

양자의 대표적인 차이점은 ‘방송법’에 따른 규제 여부이다. 방송법의 제정목적은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방송의 공적 책임을 높임으로써 시청자의 권익보호와 민주적 여론형성 및 국민문화의 향상을 도모하고 방송의 발전과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이다(방송법 제1조). 현재 유튜브를 통한 방송의 자유와 독립은 철저히 보장된다. 그러나, 유튜브 방송에 공적 책임을 지울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즉, ①시청자의 권익보호 ②민주적 여론형성 및 국민문화의 향상 도모 ③방송의 발전과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하도록 유도할 법적 수단이 없다.

TV 채널의 편향성은 ‘방송의 공적 책임’(방송법 제5조) 및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방송법 제6조) 조항에 따라 제한되고 있다. 그러나 유명 유튜브의 편향성은 현재로서는 제한할 법적 수단이 없다. 이러한 현재의 제도를 토대로 따져보면, 대통령의 레거시 미디어 편향성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다. 구조적으로 유튜브의 편향 가능성이 레거시 미디어 보다 높기 때문이다.

유튜브의 영향력 증대와 규제 필요성

유튜브 이용률은 2022년 기준으로, 60대 이상(75%)을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이미 90%를 넘었다(한국갤럽조사연구소). 이는 유튜브가 단순히 동영상 공유 플랫폼을 넘어 교육, 문화, 사회, 경제,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정보제공 및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유튜브 방송에 대한 규제는 사실상 전무하다.

인기 유튜브는 시청률(또는 조회수) 기준으로 TV 방송을 능가하는 예도 보이는데, 이러한 현상의 주원인 중 하나로 유튜브의 AI 추천 알고리즘을 들 수 있다. 즉, 유튜브 AI가 개별 시청자의 취향을 기억하고, 재시청 시 취향에 맞는 프로그램을 자동으로 추천해 주는데, 레거시 미디어에는 이러한 기능이 없다. 유튜브의 AI 추천 알고리즘은, 구조적으로 유튜브의 확장성이 레거시 미디어를 능가하고, 영향력을 증대하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한다. 

인기 유튜브의 ‘경제적 실질’은 이미 TV 방송 등 레거시 미디어에 버금간다. 따라서, 상당한 사회적 영향력을 보유한 일부 유튜브에 대해서는, 적절한 공적규제를 통하여, 실질적 지위에 걸맞은 공적 책임을 지우는 것이 필요하다.

금융규제 방법의 원용

미국 대법원은 1946년 Howey 판결(SEC vs Howey Co.)에서 ‘경제적 실질’의 동일성을 기준으로 ‘오렌지 농장 운영계약’에 대하여 증권규제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이 판단은 국내의 유튜브 규제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 사건의 사실관계는 ①Howey 회사는 오렌지 농장을 운영하면서, 투자자들에게 농장의 구획을 판매했고 ②투자자들은 구획을 구매한 후, 그 구획을 다시 Howey 회사에 임대하여 운영하도록 계약을 체결했고 ③Howey 회사는 오렌지 수확과 판매를 관리하고,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분한 것으로 요약된다.

미국 대법원의 판단은 외형상 ‘오렌지 농장의 수확 및 판매 관리 계약’이더라도, 경제적 실질이 ‘증권의 투자계약’이므로 증권규제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최근, 이 기준은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가상자산의 경제적 실질을 따져 증권규제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정 유튜브의 방송규제 필요성이 인정되려면, 경제적 실질이 TV 방송과 사실상 같다는 것에 관한 판단이 필요하다. 이 판단기준으로는  ①유튜브의 실질적 영향력 ②광고·물품판매·출연료 지급 등 상업성 ③유튜브 운영자의 금전적 직접수익 등 다양하게 제시될 수 있다. 

요컨대, 유튜브도 경제적 실질이 TV 방송에 준하는 경우라면 방송법 규제의 틀로 포섭하여, 방송의 공적 책임을 부과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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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19T16:50:31+09:00 2025.02.17 1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