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사채까지… 악몽의 순환 속에 갇힌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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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사채까지… 악몽의 순환 속에 갇힌 이들

불법 사채를 쓰는 대한민국 서민의 실체-솔루션업체 주의보

25.03.28 10:29 최종 업데이트 25.03.28 10:29  김미선(teresa0923)

2025년 2월 기준 통계청의 고용동향 보고서를 확인하면, 경제활동인구는 3천만 명이 안 되는 2911만 9천 명이다. 세계노동기구인 ILO에서는 경제활동인구를 만 15세 이상을 기준으로 권고하고 있어, 이 기준을 따르면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는 약 4569만4천 명이다. 그러나 한국의 높은 진학률, 장기간 학교에 머물러 있는 기간, 평균 수명의 마지막 10년을 간호와 돌봄에 의지하는 노령 인구,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인구층을 고려한 1657만 5천 명을 제외하면, 2911만 9천 명이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인구로 도출된다.


▲통계청 고용률 해설 표통계청, 용어사전 중 고용률을 설명하는 표 ⓒ 통계청

경제활동은 자본주의 국가에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어떠한 활동이라도 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금융자본”이 대세인 “후기자본주의” 체제에서는 기본적인 생계, 주거, 교육과 의료 등을 위해 “타인자본 즉 빚”을 써야만 유지할 수 있고, 빌린 돈의 이자를 갚기 위해서라도 경제활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경제활동인 노동이 필수가 되었지만 불편한 진실이 통계 숫자 행간에 숨어있다.

2025년 2월 통계청 고용동향 지표에 의하면 현재 우리나라 고용률은 약 61%이다. 만 15세 이상 인구를 기준에서 도출한 고용률이다. 초고령사회로 접어드는 한국에서 고용률 61%는 낙관적인 숫자는 아니다. 하지만 더욱 불편한 진실은 고용률 61%가 아니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은 채, 남은 삶을 버텨야만 하는 국민 30%의 삶이다.

낮은 고용률과 높은 실업률 그리고 고용 인구 80% 이상이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 근로자임을 감안하면, 평균 10년을 채우지 못한 채 중도 퇴사든 은퇴든 회사를 나온 다수의 직장인이 선택하는 마지막 직장은 결국 셀프-고용인 자영업이다.

영업장이나 가게와 같은 창업이 아니더라도 개인 사업, 프리랜서 또는 특수 고용 형태와 같은 매우 불안정한 계약직이나 비정규직 일자리의 빠듯한 수입으로 생계와 부채를 상환하며 서민 다수가 삶을 외줄타기하고 있다. 일해서 번 돈 대부분을 주거비와 교육비, 빚 갚는 고정비용으로 80% 이상을 지출하면, 생계를 위한 소득은 푼돈만 남는다. 결국 턱없이 부족한 생계비를 위해, 또다시 빚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20%에 달하는 대부와 카드 돌려막기 그리고 사채에까지 이르는 배경이다.

사채를 쓰는 이들 중 30대 미만, 젊은 세대는 SNS나 문자로 전송된 해외 투자 빙자 사기 등의 보이스피싱에 낚인다. 평균 고등교육 진학률이 90%를 넘는 스마트한 20대는 본인들 앞에 펼쳐진 현재와 미래를 쉽게 예측할 수 있다. Chat GPT나 AI에 묻지 않더라도, 자신들의 학교 졸업장과 일치하지 않는 현장의 일자리와 직업의 숫자 그리고 환경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런 그들은 가상화폐나 환투자와 같은 투자 리딩방을 빙자한 보이스피싱의 낚시에 쉽게 낚인다.

보이스피싱이 끔찍하리만치 위험한 이유는 개인의 SNS 계정과 계좌 등이 범죄에 악용되고, 써 보지도 못한 부채나 사채로 자신과 가족의 삶이 송두리째 휘둘리기 때문이다.

반면, 경제활동을 하는 30대 이상에서는 유사하지만 또 다른 양상이 펼쳐진다. 그들 중에는 현재의 부족한 생계 마련을 위한 투자, 사업 급전 등의 이유로 사채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사업이나 투자 과정에서 빌린 금융 채무 상환으로 부족해진 생계비 때문에 사채라는 금단의 영역까지 진입한다.

사채를 쓰는 것은 무조건 안 된다. 사채 사용한 이들을 두둔하는 것은 아니지만 서민이 살아가는 경제 환경과 금융 환경이 사채와 같은 그림자 금융을 키우고 있다. 사채는 우리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인 서민에 빨대를 꽂고 흡혈하며 기생하고 있다. 게다가 틈새시장을 비집고 들어와, 출신도 의심스러운 솔루션 업체 시장까지 난립하며 번성 중이다. 궁극의 솔루션이 아닌 해결해 준다는 명목으로 적지 않은 수수료를 추심하고 독촉하며 채무자를 괴롭히는 악성 신종 직업이다.

최상류층과 기득권층을 제외한 다수의 서민인 국민의 마지막 일자리는 나이와 관계없이 “실패한 자영업”이라는 자조적인 한탄이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채무 상담하는 상담사들은 이렇게 덧붙인다. 실패한 마지막 직업인 자영업과 함께 상환할 수 없는 채무가 남아 괴롭힌다고.

아무리 합리적인 채무조정제도를 만들어도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만기까지 제대로 상환할 수 있는 채무자는 현재의 대한민국 경제 구조에서는 거의 없다. 설사 빚을 청산하고 자유로워진 후에라도, 빚 없는 자립이란 꿈도 꿀 수 없는 현실이 뫼비우스 띠와 같다. 이 정도면 절대로 깰 수 없는 악몽의 순환 속에 갇혀 있는 꼴이다. 국민 개개인의 의지만으로는 높은 장벽을 넘기 어렵다. 다음 정부의 과제가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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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불법 사채까지… 악몽의 순환 속에 갇힌 이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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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28T14:21:18+09:00 2025.03.28 1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