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가 없는 중산층 가정의 빚
40대 초반의 박 씨는 지역에서 학원을 경영하고 있다. 경영한 지는 5년이 넘지만 대부업 빚과 배우자의 신용카드가 없이는 한 달을 버티기도 어렵다. 사실상 빚 돌려막기를 하고 있는 박 씨의 학원이지만 지역 학원가에서는 꽤 잘 나가는 편이다. 이런 사정은 가족 중에서는 아무도 모른다. 오로지 박 씨 혼자만의 숙제이고 책임일 뿐이다. 최근엔 저출산 직격탄으로 원생도 처음 학원을 시작했을 때보다 절반으로 줄었다. 하지만 현재의 가정을 지탱하기 위해서는 일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2017년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의 보고서 “한국 가계부채 현황과 취약계층”에서 인용한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70%가 원리금 상환에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이 중 75%는 실제로 소비지출 및 저축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현행 채무 조정 제도는 중산층 가정 스스로 이행하기 어려운 채무는 돌보지 않는다. 대부분 취약 계층 그 중에서도 사실상 최저 생계비라고 불리는 빈곤선 이하의 계층으로 전락해야만 추심으로부터 유예 받을 수 있다. 차라리 기초생활수급권자가 되어야 파산 및 면책도 받을 수 있다. 당연히 어떤 중산층 가정도 수급권자까지 되면서 채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물론 수급권자가 되는 것도 녹록치 않다.
채무 조정 제도의 한계
개인회생제도라고 하여 지속적인 경제활동능력이 있는 중산층에게는 채무 금액을 3년에서 5년 내 부양가족의 생활비를 공제한 나머지 수입을 모두 빚 상환하는 조건으로 채무 금액을 조정해 준다. 그러나 법원은 외벌이 부부면서 한 번도 소득활동을 해 보지 않은 배우자라도 “경제활동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채무자의 부양가족에서 제외한다. 결국 매월 상환해야 하는 금액이 올라간다. 어렵게 법무사 소송 대리 비용까지 빌려서 개인회생 개시결정이 나더라도 중도 폐지 즉 중도 포기하는 비율이 40%를 육박한다. 즉 3명 중 1명은 법원으로부터 조정 받은 채무 금액대로 완료하지 못 한다. 나머지 3명 중 2명은 높은 변제 금액으로 인해 상환을 완료하고 면책된다 하더라도 그 사이 새로운 빚이 발생한다. 회생 빚을 갚는 동안 생활비나 기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다른 돈이 부족해서 다시 빌리게 되는 것이다.
박 씨 역시 1년 전에 두 번째 개인회생을 신청하고 매월 70만원 씩 법원 계정에 변제하고 있지만 그 사이 신규 빚 3500만원이 생겼다. 늘 푼돈으로 들어오는 원생의 교습비용으로는 강사들 급여와 학원의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서다. 이게 경제적 회생인지 아니면 다시 채무의 늪으로 빠지는 건지 구별이 가지 않는다. 사실상 빚의 늪에서 단 한 발자국도 벗어나기 어려운 게 현행 채무 조정 제도의 상황이다.
채무조정제도가 징벌적 제도 같다고 박 씨는 토로한다. 무엇보다 개인파산이나 개인회생 제도를 끝내고 다시 예전의 중산층 가정으로 돌아가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제도를 졸업한 채무자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중산층 가정이 가지고 있는 빚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까?
건강검진 받듯 전 국민 현금 흐름 검진 받아야
문제가 터져야만 수술이 가능한 질병처럼 빚도 사후에나 해결할 수 있다면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만 40세인 국민에게 국가가 개인의 질병을 관리하듯 채무와 빚 역시 그렇게 해야 한다. 이자 및 원리금 상환으로 수입의 40%를 지출하는 국민이라면 현금 흐름을 검토하여 현실적인 채무 조정을 받아 빚 정리를 하도록 무료 상담을 제공해야 한다. 버는 돈 대부분을 오로지 금융회사의 빚 갚는데 쓰는 비정상적인 구조로 인해, 국가 및 국민이 쓸 돈이 없고 이는 다시 불황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덴마크 등 여러 선진국에서도 경험한 바다. 게다가 2018년 올해는 58년 개띠로 시작하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를 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인구의 20%를 육박하는 이들의 소득이 줄어들면 베이비 부머 세대 가계 재정 및 구매력 등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들을 포함한 중산층 가계 부채를 더 이상 좌시하기 어려운 자명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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