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채무 절벽 끝 위기…”비영리 채무조정교섭업 도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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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채무 절벽 끝 위기…”비영리 채무조정교섭업 도입해야”

입력2024.06.12. 오전 5:01 기사원문정다운 기자

“공익성·전문성 갖춘 비영리 교섭업 제도 운영해야”
최저신용자는 은행 10조원 사회공선서도 배제돼
소액신용대출 등 프로그램 활성화 필요

황진환 기자

자영업자 연체율이 9년 만에 최고 수준에 달한 가운데 차주와 금융기관의 사적 채무조정을 활성화하기 위해 채무조정교섭업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개인 채무의 절대 금액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데다 다중채무자 비중이 커지는 등 양적·질적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계차주들이 제도권 안에서 회생할 수 있도록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채무자-채권금융기관 중간 다리…공익성·전문성 기준 높여야”

11일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롤링주빌리(주빌리은행)는 ‘서민금융위 실효성을 위한 관련 법제 개선’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개인채무자보호법에 채무조정교섭업을 다시 도입하는 내용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통과돼 오는 10월 시행을 앞둔 개인채무자보호법은 자력으로 빚을 갚기 어렵다고 판단한 개인 채무자가 채권금융기관에 채무조정을 요청하면 기관은 추심을 중지하고 10영업일 내에 결정 내용을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 제정 당시 원안에는 채무조정 과정에서 개인 채무자의 부족한 전문성과 협상력을 보완하고 조력하기 위한 채무조정교섭업 도입 내용도 포함돼 있었지만, 추심업계 등 금융권의 우려와 반발 등으로 인해 최종안에서 빠졌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제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채무자를 위해 은행과 교섭하는 기관이나 자격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교섭에선 많은 유사사례를 처리해본 전문성 등 자질이 요구되는 데다 새로 도입되는 개인채무자보호 제도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짚었다.

다만 앞서 제기된 문제들을 보완하기 위해 채무조정교섭업을 다시 제도화하게 된다면 단순한 자격증(라이센스) 성격이 아니라 상당한 공익성과 비영리성을 갖추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단순히 조정만 성립시키고 채무자가 알아서 갚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아니라 빚을 잘 갚아나갈 수 있도록 상담·지도하는 역할까지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단순히 새로운 자격증을 만들어주고 영업하게 하는 방식이라면 과도한 경쟁으로 부작용이 클 수 있다”며 “적절한 범위 내에서 영리성을 제한하고 초기에는 인가제로 운영해 공익적·사회보장적 측면에서 채무자를 위한 조정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용정보회사 추심만 골몰…조정 실패로 교섭업 논의까지 와”

자영업자. 황진환 기자

반면 토론회에 참석한 채권추심업계 측에서는 채무조정교섭업의 도입과 관련해 여전히 비판적인 의견을 내놨다. 기경민 신용정보협회 상무는 “이미 채권추심회사는 채권금융회사로부터 추심업무를 수탁 받아 사실상 채무조정 실무를 담당하고 있다”며 “교섭업이 신설되면 추심업의 기능이 약화되고 금융산업 자체가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우리나라는 공적 채무조정제도가 잘 갖춰져 있는데 교섭업이 도입되면 개인 채무자가 조정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며 “미국 등의 경우 교섭업자의 지나친 영리 추구로 조정 비용과 성사를 두고 다툼이 많고 개인 채무자의 변제금을 수령해 편취하는 등의 피해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백주선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변호사는 “1997년 신용정보회사가 채권추심을 하도록 허용한 후 현재 상황을 보면 채무 조정은 잘 이뤄지지 않아 금융 동맥경화 현상을 일으키고 있고 과도한 불법추심 문제도 크다”며 “추심업의 부작용으로 인해 결국 교섭업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의까지 와 있다”고 비판했다.

백 변호사는 채무자와 채권금융회사의 자율적 채무조정교섭을 지원하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면서,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나 경기서민금융복지지원센터 등 공익적 목적으로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채무조정지원단체에 교섭권한을 인정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또 교섭업을 신설하는 것을 넘어 기존 변호사법에 있는 채무자대리인제도를 개선해 강화하는 방안도 언급했다. 현행 채무자대리인제도는 대부업자가 채권추심을 하는 경우에만 적용되고 은행이나 신용카드회사, 캐피탈사, 저축은행 등이 채권추심자인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은행권 사회공헌서 최저신용자는 배제…소액신용대출 늘려야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점점 더 어려워지는 최저신용자들의 자금 융통을 위해 제도권 은행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대출 프로그램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선종 롤링주빌리 이사장(숭실대 법학과 교수)은 “은행연합회 주도 사회공헌 규모만 10조원인데 대부분 이자환급이어서 최저신용자를 위한 프로그램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방글라데시 ‘그라민 은행’ 사례를 참고해 소액신용대출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광일 금융위 서민과장은 “정책서민금융기관을 활용하고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정부에서도 서민의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진행 중”이라며 “다만 제2금융권 등을 중심으로 경기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대출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금융회사별 자체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BS노컷뉴스 정다운 기자 jd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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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2T13:10:11+09:00 2024.06.12 1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