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해야 워크아웃·개인회생 등 채무조정 가능
Q : 조그만 가게를 했는데 장사가 안돼 생활비를 거의 빚으로 충당했습니다. 안정된 직장이 아니다 보니 은행에서는 돈을 빌려주지 않아 신용카드와 대부업 대출을 쓰게 되었습니다. 매달 이자를 갚다 보면 어느새 생활비가 부족해 다시 대출을 받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빚이 3000만원까지 쌓였습니다. 이자율이 너무 높아 매달 원금과 이자로만 100만원이 넘게 빠져나갑니다. 가게를 접고 택시회사에 취직했지만 월 소득은 150만원가량입니다. 이자율이 낮은 대출로 갈아탈 수 없을까요?
A : 빚은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강박이 오히려 빚을 늘리고 악성화시키는 아이러니한 현실입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채무가 발생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빨리 조정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많은 채무자가 기를 쓰고 빚을 갚으려다 다른 빚으로 돌려막으면서 고금리 빚의 덫에 갇힙니다. 대부분은 ‘대환대출만 이뤄진다면’, ‘300만원만 융통할 수 있다면’, ‘이번 결제만 넘길 수 있다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 믿습니다. 그러나 그런 믿음은 대개 희망고문에 지나지 않습니다.
빚을 갚기 어렵다고 판단하거나 이자 결제일에 맞춰 고군분투하고 있다면 우선 멈춰야 합니다. 고통스럽지만 연체를 과감히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잔인하게도 연체를 하지 않으면 워크아웃이나 개인회생 등 모든 채무조정 프로그램의 적용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연체를 하게 되면 채무 독촉에 따른 고통이 시작됩니다. 이 짐을 혼자 감당하기보다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금융복지 상담센터의 도움을 받으면 선생님의 상황에 따라 채무 독촉의 대리인 제도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채무자 대리인을 지정하면 대부업체는 채무 당사자에게 추심을 할 수 없습니다. 일단 추심의 고통을 조금 줄인 상태에서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찾아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자율만 낮추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희망고문을 멈춰야 한다는 점입니다. 소득 대비 부채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이자율을 조정하는 것만으로는 빚이 악성화하는 것을 막기 어렵습니다. 이자율을 낮출 방법도 녹록지 않습니다. 정부의 서민금융상품을 이용하는 길밖에 없는데 그 상품 또한 이자율이 10% 전후로 높은 수준입니다. 매달 원리금 부담을 50여만원 줄일 수 있지만 여전히 100만원에 가까운 금액이라 현재 소득으로는 상환이 어렵고 다시 생활비가 부족해 또 다른 빚을 일으킬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대출에 의존하지 말고 과감히 연체를 시작하고 동시에 금융복지 상담센터를 찾아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겠습니다.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