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가 1200조 원이 넘어섰지만 정부는 줄곧 가계부채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금융회사의 과잉 공급과 빚 늘리는 정책의 반복, 살인적인 이자율과 인권을 침해하는 추심행위들이 관리 가능하다는 정부의 자신감에 가려져 그 야만적인 행태가 심화되고 있다. 정부가 낙관하는 근거에는 금융회사들의 건전성 지표가 주요하다. 건전성 지표는 부실채권 상각때문에 인위적으로 지표를 맞춘다. 금융회사들이 아무런 법적 규제 없이 부실채권을 상각하면서 채무자들의 인권이 보호되지 않음은 물론이고 중산층의 돌려막기가 가려지고 연체율이 인위적으로 낮아진다. 정부는 관리 가능하다는 것의 기준을 금융회사 건전성 지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오히려 채무자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새 출발을 막는 결정적인 장벽을 제거해야 한다. 그를 위해 첫째, 부실채권 거래 시장을 채무자 인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법제화해야 한다. 둘째, 중산층의 부채 악성화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이자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반드시 낮춰야 한다. 셋째, 추심 환경을 바꿔야 한다. 추심원 자격을 강화하고 불법 추심이 이뤄질 경우 그 불법성을 채무자가 입증하도록 하는 제도는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제윤경)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가계부채의 심각성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때부터 지금까지 정부는 줄곧 가계부채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금융회사의 과잉 공급과 빚 늘리는 정책의 반복, 살인적인 이자율과 인권을 침해하는 추심행위들이 정부의 관리 가능하다는 자신감에 가려져 그 야만적인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참여정부 당시 카드 사태로 신용불량자가 400만 명이 되었을 때 우리 사회는 충격에 휩싸였고 그들을 어떻게 구제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빗발쳤다.
그리하여 2004년에는 국내 최초로 배드뱅크 프로그램이 출범하기도 했는데, 이 또한 채무자들에게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거나 빚을 갚는 채무자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언론들의 문제 제기로 신용불량자의 새 출발을 광범위하게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채무 감면율이 낮아 여전히 저소득층에게는 남은 빚에 대한 부담으로 신용회복을 완료하기 어려웠고 배드뱅크 프로그램에 포함되지 못한 다른 채무를 이중으로 갚아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 배드뱅크 출범은 정부가 카드 대란 문제에서 채무자의 새 출발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전제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배드뱅크의 한계 때문에 구제되기 어려운 채무자들을 위해 2005년에는 채무자 파산 및 회생에 관한 법률도 제정되고 시행되었다. 이 법이 시행되면서 개인의 파산과 회생신청이 물밀 듯이 몰려들었고 신청자의 90% 이상이 파산선고와 함께 동시에 빚을 모두 탕감받는 면책결정을 받을 수 있었다. 배드뱅크의 한계를 법원의 파산 면책 결정, 개인회생 인가 등으로 보완할 수 있었기 때문에 400만 명의 신용불량자들은 다시 새 출발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에는 채무자들이 신용불량 상태에서 노동시장에서 배제된 상태가 지속되면 경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더욱 설득력을 얻었다. 즉 채무자의 새 출발이 빚을 무리하게 갚도록 하는 것보다 사회적으로 더 이익이라는 사회적 공감이 형성되었다. 이런 공감을 바탕으로 정부는 금융사의 건전성과는 별개의 문제로 채무자들의 새 출발과 관련된 다양한 제도들을 도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정부는 오로지 금융회사의 건전성만 쳐다본다. 정부가 반복적으로 말하는 ‘가계부채 관리 가능하다’의 입장에는 채무자들의 고통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찾기가 어렵다. 금융회사 건전성에만 문제없다면 여전히 수백만 명에 달하는 금융채무 불이행자도 빚 독촉으로 자살에 이르는 사람들도 정부의 관리 대상이 아니라는 식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관리 가능하다는 말에 가려진 관리되지 않는 ‘돌려막기‘
정부의 자신감과는 달리 현재 가계 빚의 상환능력이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 지난해 자금순환통계 기준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64.2%로 치솟아 OECD 평균치(136%)를 뛰어넘었다. 가구당 소득 증가율 대비 가계 부채 증가율은 3배에 달한다.(통계청 2015년 1분기 가계동향) 소득이 연간 100만 원이 늘었다면 빚은 300만 원 늘어왔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는 가계 부채를 줄이기 위한 정책은커녕 가계부채 관련 규제들을 해제시킴으로써 빚의 증가세에 기름을 붓고 있다. 미국의 금리가 오를 것이란 위험한 전망을 앞두고 정책금리를 인하한다.
금융과 세금 관련 온갖 규제를 완화하고 1% 금리라는 자극적인 정책으로 마치 ‘빚내 쓰라’고 마케팅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얼마 전 모 방송사와 인터뷰를 하면서 규제를 완화해 중산층들의 이자율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고 자평했다. 중산층들이 담보대출을 추가로 일으켜 고금리 빚을 갚는 데 사용했다는 것이 그 근거였다. 이자율을 낮추는데 기여했기 때문에 정책 효과가 높다고 여긴다. 금융위는 애초에 왜 중산층들이 담보 대출과 고금리 대출을 동시에 가질 수밖에 없었는지 분석조차 하지 않는다. 이미 담보 대출의 이자가 생활비를 압박해 2금융권 대출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무시한다. 중산층들의 상당수가 빚으로 빚을 갚는 돌려막기의 현금흐름에 조금씩 발을 들여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2금융권 고금리 대출을 담보 대출로 바꿔 준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담보 대출이 2개가 생긴 셈이다. 생활비 부족은 해결되지 않았다. 조만간 다시 2금융권 빚으로 부족한 생활비를 보충해야 한다.
결국, 정부가 규제를 완화해 가능했던 이자 부담의 경감은 그 가정을 일시적으로 숨만 돌리도록 해주었을 뿐이다. 빚 돌려막기를 하는 가계에 이자율을 낮춰 준다 한들 파국의 시기만 지연될 뿐이지 근본적인 해결이 아닐 수밖에 없음은 뻔하지 않은가?
정부가 믿는 금융건전성이 ‘빚 땡처리‘의 결과라면?
정부가 현재의 가계부채가 관리 가능하다는 근거에는 가계 부채의 70%가 상위 소득 40% 계층에게 몰려 있다는 이유도 있다. 문제는 소득이 높은 계층이 왜 지난 수 년 동안 빚을 갚지 않고 계속 빚을 늘려 왔을까 하는 점이다. 정부의 판단대로 소득이 높아 상환능력에 문제가 없다면 지난 몇 년간 가계 부채 총량은 조금씩이라도 줄었어야 한다. 그러나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부터 빚의 70%를 갖고 있는 중산층들은 계속 빚을 늘려 왔다. 갚을 능력이 되는데 갚지 않고 빚을 계속 늘려 왔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궤변이다.
또한 정부는 관리가능하다는 결정적인 근거로 낮은 연체율을 제시한다. 현재 은행권의 연체율은 0.5% 미만으로 겉으로 드러난 숫자만 보면 안정된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금융 거래 시스템은 겉으로 드러난 숫자만 가지고 판단하기에 매우 원시적이고 야만적으로 작동한다.
돈이 된다면 갑작스럽게 직장을 잃은 불운도, 빚을 갚지 못해 겪을 수밖에 없는 고통도, 부모의 가난도 모두 등급으로 나눠 회수 가능성으로 나눠 상품화해버린다. 그 불쌍한 상품들은 대부업체와 자산 관리 회사 등으로 여기저기 팔려 다닌다. 연체율이 안정되어 있다는 은행들의 현재 건전성은 포장만 슬쩍 들춰보면 인권이 포함된 채권을 땡처리 시장으로 회전시킴으로써 가능했음을 알 수 있다. 인위적으로 연체율을 조절해 왔던 셈이다. 상당수 금융회사가 채권 상각의 방식으로 건전성 지표를 맞추고 있다. 마치 선을 보기 위해 화장을 하고 성형을 하는 것과 같다.
금융회사들의 건전성 화장은 채무자들을 채무 노예의 삶으로 밀어 넣는다. 금융 건전성을 판단하는 관리 감독의 선 밖으로 밀려난 연체 채권들이 노예 문서를 사고파는 것과 같은 채권 거래 시장에서 끝도 없이 거래되기 때문이다. 이 채권들은 가계 부채 1200조 원 안에도 포함되지 않고 연체율에도 적용되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에서조차 관리 감독하지 않을 뿐 아니라 채권의 거래내역들이 집계조차 이뤄지고 있지 않다. 해마다 은행권에서만 7조 원 안팎의 부실채권이 건전성 지표를 맞추기 위해 대부업체와 NPL 시장으로 매각 처리 되고 있다. 카드사와 저축은행의 부실채권까지 더하면 금융권 전체에서 감독의 감독 대상에서 벗어나는 채권의 규모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목에서 정부의 ‘관리 가능하다’는 믿음의 맨얼굴이 드러난다. 현재 상태에서 빚을 상환하고 있는 중산층들의 빚만 쳐다보며 안전하다고 말하고 있다.
금융사의 건전성 지표만 잘 손질되어 관리된다면 가계부채의 위험은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해 버린다. 중산층마저 실질적으로 빚 돌려막기가 시작되었다는 위험 시그널도 자영업자들의 붕괴와 그에 따른 연체자로서의 고통의 시작도 정부의 관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듯한 태도이다. 한마디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양호한 상태만 쳐다보며 관리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세월호 사태로 300여 명이 넘는 아이들과 시민들이 죽음을 당했는데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기보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덮자고 하는 태도와 다를 바 없다.
정부는 350만 명을 버렸고 328만 명도 그렇게 될 운명이다
2012년 금융위는 장기간에 걸쳐 연체 상태인 채무 취약계층을 350만 명으로 추산했다. 이 수치는 정부의 각종 배드뱅크 프로그램의 대상자이거나 금융 채무 불이행자 그리고 대부업 이용자들과 장기 연체로 인해 신용 정보가 삭제된 30만 명까지 포함한 숫자이다. 특히 금융연구원은 전수조사를 하면서 그들을 협의의 연체자와 부실채권으로 상각된 채권의 채무자들, 장기 연체 소외자로 구분하였다. 이중 협의 연체자의 기준이 금융채무 불이행자와 대부업 연체 등록자이다. 연구원에서 350만 명의 채무 취약계층을 세부적으로 구분할 때 가장 상황이 양호한 이들이다. 채무 취약계층 350만 명 중 비교적 상태가 양호한 118.8만 명의 협의의 채무자들은 심각한 추심고통과 빚 돌려막기로 인한 일상의 파괴가 진행되고 있는 사람들이다.
대부분 채무자는 이런 가혹한 채권 추심을 피하고자 온갖 방법을 동원해 연체하지 않으려 애를 쓴다. 3개월간 연체가 지속되어 금융채무 불이행자가 되었다는 것은 더 이상 동원할 방법이 없는 한계상황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업 연체 등록자도 마찬가지이다. 처음부터 신용등급이 8등급 이하인 관계로 대부업체밖에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카드 대출부터 시작해 대부업체 대출까지 이어진다. 현재 대부업체에 연체가 등록되었다는 것 또한 빚 돌려막기까지 전부 동원한 뒤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채무자임을 유추할 수 있다.
118.8만 명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연체가 지속되어 부실채권으로 여기저기 팔려나가는 처지에 내몰린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상적으로 노동시장으로 복귀하기 어렵다. 통장 하나만 만들어도 곧장 추심이 재개되기 때문에 고소득의 전문직 혹은 소득이 안정된 정규직으로 인생역전이 이뤄지지 않는 한 노동시장의 진입로가 차단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들이 매일 매일 겪어야 하는 빚의 고통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하고 다시 노동 시장으로 복귀하며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며 살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가계부채의 심각성에 대해 정부가 현재 수준이 관리 가능하다는 말에 과연 350만 명의 절망스런 삶에 대한 개선 내용이 담겨 있는가? 혹은 그와 관련된 그 어떤 정책적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가?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국회 정무위원 소속 새누리당 김정훈 의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4년 6월 말을 기준으로 다중채무자는 328만 명, 이들이 진 빚은 317조3000억 원에 이른다.
다중 채무자는 금융회사 세 군데 이상에서 돈을 빌린 채무자이고 이들 중 절반이 2금융권에서 추가로 돈을 빌렸다. 이들 또한 빚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빚 돌려막기는 연체로 이어지고 부실채권으로 조만간 금융권의 관심 대상 밖으로 팔려나갈 것이다.
정부가 진짜 해야 할 일
첫째, 비정상의 부실채권 거래 시장을 정상화해야 한다.
상명대 금융경제학과 유경원 교수에 따르면 빚 땡처리는 미국에서는 금융위기 이후 위기 대책의 하나로 이뤄진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한다.(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제16회 월례정책포럼 ‘가계부채 문제, 진단과 처방’ 토론회 내용 중) 금융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금융사에 부실자산을 쉽게 처리하도록 함으로써 부채 조정을 신속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어려움에 빠진 채무자를 보호하는 것을 막고 경기침체를 강화시켰으며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켰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금융사의 부실을 손쉽게 처리함으로써 부실대출 실태를 감추고 채무자는 여러 채권자에게 시달리도록 하는 채권 땡처리 사업이 우리나라에서는 일상적이다. 게다가 금융사는 채권 땡처리 시장에 뛰어들어 또 다른 수익원을 확보한다. 이 과정에서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일들이 많이 발생한다. 가령 채무자가 자기 채권을 찾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 채권이 여기저기 팔리고 매각절차나 매각 기준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보니 중간에 채권을 매입한 대부업체가 폐업해서 채권의 다음 행선지를 알 수 없는 일들이 생겨난다. 어느 여성은 이혼 뒤 오랜 병상 생활 끝에 가까스로 회복해서 취업했는데 취업하자마자 느닷없이 대부업체가 통장을 압류해버린다. 이혼한 전 남편이 이혼 전 그 여성의 명의로 일으킨 빚이었다. 이혼도 극복하고 병도 극복한 뒤 힘겹게 새 출발 하겠다는 사람의 희망을 짓밟는다. 이런 야만적인 일들이 채권의 땡처리 시장, 금융건전성을 위한 화장발 뒤에서 벌어진다.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채무자 중심의 부실채권 매각제도를 위한 개선 과제’라는 정책보고서를 만들어 부실채권 매각의 법제화를 처음 제기했다. 정부는 아픈 사람 수백만 명은 보지 않고 멀쩡한 사람만 보면서 건강하다고 자부해선 안 된다. 바로 부실채권 거래 시장에서 벌어지는 이런 야만적인 일들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두 번째 대부업법상 최고 이자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최근 금융감독 당국은 대부업법상 최고 이자율을 인하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국회에서 최종 통과되어야 하겠지만 하반기 중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하겠다고 한다.
이제라도 대부업법상 최고 이자율을 인하한 것에 대해 우선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여전히 29.9%로 매우 높다. 지난번 이자율 인하 때부터 무슨 숫자 9 마케팅이라도 하는 것처럼 정책을 결정한다. 사실상 30% 수준의 이자율은 선진국의 20% 전후의 이자율 규제와 비교할 때 상당히 높다. 정부는 여전히 이자율을 더 많이 규제하면 영세한 대부업체들의 손실이 늘어나고 대형 대부업체에만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도대체 이 와중에 누굴 걱정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마치 중소기업 육성을 하는 듯한 정책적 고뇌처럼 말한다. 영세한 대부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이미 대단히 낮은 수준이다.
영세 대부업체들이 손실로 폐업하고 대형 대부업체들이 시장을 독식할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자율을 낮춤으로 인해 대형대부업체의 시장 지배력이 더 늘어난다고 해봐야 큰 의미 있는 변화가 아니다. 그들의 시장 지배력이 늘어난다고 이익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자율이 낮아지면서 수익만 줄어들 뿐이다. 불필요한 염려는 하지 말고 맘 편히 이자율을 낮춰도 된다.
이자율을 낮춰야만 부채 악성화를 줄일 수 있다. 앞서 지적했듯이 중산층들조차 부채가 늘어나면서 빚이 악성화될 위험이 있다. 담보대출과 은행권 신용 대출은 이자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중산층들이 감당할만하다. 다만 최근 중산층들조차 2금융권으로 빚이 옮겨가고 있다. 은행권 대출의 이자율은 신용대출이라도 5% 전후이지만 2금융권은 바로 10% 중후반 혹은 신용등급이 좀 더 하락하면 20% 후반 30% 초반까지 치솟는다. 2금융권 대출을 일으키게 되면 부책 악성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이유이다. 법정 최고 이자율을 낮추게 되면 2금융권의 대출 이자율도 낮아진다. 은행권의 대출과 지나친 격차는 줄여야 한다. 그래야 중산층들 그리고 현재 빚 돌려막기를 하는 328만 명의 부채 악성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세 번째 정부가 시급히 해야 할 일은 채권자의 재산권보다 채무자의 인권을 더 중시하는 법 제도적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추심은 이미 여러모로 반인권적이다. 그 모든 것을 개선해야 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추심원 자격을 강화해야 하고 추심원의 불법 추심에 대한 입증 책임 소재를 당장 바꿔야 한다. 보험설계사 조직과 같은 구조로 추심 조직을 운영하는 것을 법적으로 허용하면서 불법 추심 환경을 강화시키고 있는 현실에서 불법 추심이 늘어나는데 불법성을 채무자에게 입증하라는 것은 불법 추심을 규제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외에도 유체동산 압류에 관한 규정, 개인 파산 및 회생에 관한 법률 등 바꿔야 할 일이 많다. 정부가 관리 가능하다고 자신만만해 하는 대상은 이렇게 사람들의 삶과 직접 연관된 것들이어야 한다. 금융회사가 화려하게 화장한 뒤 보여주는 금융건전성 숫자들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