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지고 살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
5년 전, 제가 28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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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이 저와 어머니의 명의를 도용해서
신용카드, 핸드폰, 캐피탈을 이용했어요.
캐피탈로 대포차가 생겼고요.
누나는 삼촌 빚의 연대보증인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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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이랑은 10살 차이가 나요.
삼촌도 신용불량자였던 걸로 아는데,
사업하다가 돈이 필요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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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서 삼촌 때문에 생긴 빚을 한 달에 300 정도 갚으시다가,
그렇게 1년을 갚으시다가 돌아가셨어요.
많이 힘들어하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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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빚도 전혀 없었고 빚지고 살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제가 다 갚아야 했어요.
‘조금씩 갚아보자, 조금이라도 갚아보자, 조금씩 조금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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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겠어요. 다 제 이름으로 되어 있으니까.
갚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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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이 처음에 되게 미웠죠.
그런데 지금은 보고 싶기도 하고.
어쩔 수 없죠.
지금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연락도 안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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갚다 보니 카드론으로 돌려막기를 하게 됐어요.
월마다 빚을 갚는 게 부담이 됐고,
이자가 늘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자만 갚으니까 빚은 줄어들지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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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돌려막기를 하시던 카드빚 580만원,
삼촌의 명의도용 카드빚과 캐피탈이 4000만원이 넘고,
삼촌의 대포차 벌금이 400만원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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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부터는 연체를 하고 있어요.
빚이 계속 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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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이 얼마인지도 몰랐어요. 어디서 빚을 알아내야 하는지도 몰랐고
물어볼 곳이 인터넷밖에 없더라고요.
인터넷 검색, 지식인.
한계가 있잖아요.
빚을 좀 잘 갚아나갈 방법을
자세하게 알려주는 기관이 있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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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친구들이랑 있으면
친구들은 대출받는 얘기를 많이 해요. 주택담보대출.
그런데 제 경우는 상속채무잖아요.
그리고 가족이 지게 한 빚이잖아요.
아무래도 가족사를 얘기해야 해요.
곤란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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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피하기도 하죠,
집안에 그런 사람이 있는 것도 창피하고
당한 저도 솔직히 창피한 게 없지 않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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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성격이 이래서… 저처럼 혼자 전전긍긍하지 말고.
빚이 생기면… 다 얘기했으면 좋겠어요.
친구든, 누구한테든 조언을 구하거나 도움을 받는 게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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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름으로는 뭘 할 수가 없어요.
통장 거래도 하지 못해요.
혹시 보증금으로 빚을 갚아야 할까 봐 전입신고도 못했고,
금융회사 다니는 친구들이 보험을 부탁해도 못 들어주고요.
친구들 입장에서는 쉬운 일이죠.
그거 상품 하나 가입하는 거 뭐가 힘드냐고.
그런데, 저는 어렵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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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재미있게, 바쁘게 하고 있어요.
일하고 싶었던 분야에서…
현실이 너무 막막하니까
일하는 데서라도 행복을 찾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