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개인회생 변제기간이 5년에서 3년으로 단축되었습니다. 3년 넘게 갚아야하는 채무조정제도는 사실상 노예제도라는 반성에서 나온 개정안입니다.
그런데 올 3월 대법원은 채권자의 신뢰를 보호해야한다는 취지로 서울회생법원의 결정을 파기 환송하였습니다. 이에 주빌리은행이 속한 ‘금융소비자 연대회의’는 대법원을 규탄하고 개인회생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할 것을 촉구합니다.
- (행사제목) : 개인회생 변제기간 단축 개정의 취지 훼손한 대법원 파기환송 결정 규탄 기자회견
- 일시 장소 : 2019. 04. 17. 수 11:30 / 서초 대법원 앞
- 주최 : 금융소비자연대회의(금융정의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주빌리은행,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 프로그램
- 사회 : 김은정 참여연대 경제노동팀장
- 여는 발언 : 백주선 변호사,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회장
- 현장 발언1 : 홍석만 상담사, 주빌리은행
- 현장 발언2 : 김득의 상임대표, 금융정의연대
- 대법원 결정 문제 : 권호현 변호사,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 기자회견문 낭독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사무국장
이지우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
오용택 변호사,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 사회 : 김은정 참여연대 경제노동팀장
[기자회견문]
발표자 : 주빌리은행 홍석만 상담사
우리나라 개인회생절차의 입법적 모델인 미국 파산법(제13장)은 1978년부터 개인회생 변제기간을 최대 3년으로 규정하였고, 그 입법취지는 3년 이상의 변제기간이 사실상 노예제도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개인회생 제도는 2005년 제정된 이래 최장 8년의 변제기간을 정하도록 규정되어 변제금을 내지 못해 폐지되는 사건이 속출하였습니다. 이러한 폐단을 개선하고자 변제기간을 단축하라는 시민단체 및 학계의 강력한 요구가 있었음에도 오랜기간 변제기간의 상한을 5년으로 유지하다가,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교체된 후 2018년에 이르러서야 이를 3년으로 단축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9년 3월 2018마6364 결정에서 채권자의 신뢰를 보호를 이유로 법 개정 시행 전 인가된 사건의 변제기간 상한 단축이 위법하다며 상고사건을 파기환송 하였습니다.
이는 개인회생 변제기간 단축의 입법취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뿐더러 채무자의 조속한 회생을 봉쇄하고, 채무자간 형평을 무너뜨리는 구시대적 발상에 따른 판결입니다.
지금도 개인회생 변제금을 내지 못해 대부업체나 사채를 융통하여 변제금을 납입하다가 가중된 채무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개인회생 절차를 규율하는 채무자회생및파산에관한법률 제1조에서는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하여 파탄에 직면해 있는 채무자에 대하여 채권자 등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하여 채무자 또는 그 사업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개인회생 제도가 그 취지에 맞게 작동할수있도록 법과 법원운영 기준을 채무자의 회생에 맞춰 개선할 것을 요구합니다.
대법원은 2019. 3. 19. 개인회생변제기간의 상한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한 채무자회생법(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2017. 12. 12. 개정 2018. 6. 13. 시행) 개정 취지에 따라 이미 47개월간 최저생계비만으로 생활하는 고통 속에 살아온 회생채무자를 사회에 13개월 먼저 복귀시키려던 서울회생법원의 인가결정이 위법하다고 결정했다.
이번 채무자회생법의 개정은 3년 이상의 변제기간을 정한 채무조정제도는 사실상의 노예제도와 다름없다는 오랜 문제제기와 각 1978년, 1999년 제정 당시부터 변제기간의 상한을 3년으로 정한 미국, 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사례에 비춰보아도 5년의 변제기간은 가혹하다는 반성적 고려에 따른 것이었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이를 외면한 채 개정법 부칙은 개정 전 규정의 존속에 대한 개인회생 채권자 등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한 후, 변제기간의 상한을 단축하는 법 개정은 이미 인가된 변제계획에서 정한 변제기간을 변경할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대법원의 결정은 우리 입법자들이 개정법을 제안한 이유, 입법과정에서 채권자 보호에 대한 고려보다는 5년의 변제기간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점이 강조된 점, 경과 규정의 미비로 인해 우연한 사정으로 개정법 시행 전에 신청 내지 인가된 채무자와 시행 후 신청 내지 인가된 채무자 사이의 심각한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는 점, 채무자를 신속하게 사회에 복귀시키자는 회생제도 본연의 취지를 고려할 때 지나치게 채권자의 이익을 우선하는 해석으로 매우 부당하다.
구체적으로 첫째, 법원은 구법에 의하여도 변제기간 단축을 포함해 변제계획을 변경하거나 특별 면책을 할 수 있는 넓은 재량이 있었던 점, 둘째, 변제계획이 인가된 사건이더라도 면책되거나 폐지되어 종료된 사건이 아닌 이상 개정법의 취지를 살려 법원이 변제기간을 단축할 수 있으며 이는 진정소급입법이 아닌 점, 셋째, 개정법 시행 직전에 5년의 변제기간으로 인가된 채무자도 폐지 후 새로 신청하여 변제기간을 3년으로 단축할 수 있었던 점, 넷째, 우연한 사정으로 신청은 개정법 시행 전에 하였으나 인가는 개정법 시행 후 있었던 채무자는 3년의 변제기간을 가지는 반면 개정법 시행 전 간발의 차이로 인가된 채무자는 5년의 변제기간을 가지는 등 형평에 어긋나는 사례가 있는 점, 다섯째, 서울회생법원의 변경인가결정에 적극적으로 항고한 채권자는 원채권자가 아니라 추심을 전문으로 하는 대부업자인 경우가 많아 그와 같은 추심전문업자의 신뢰를 보호할 이익이 채무자의 신속한 사회 복귀를 위한 변제기간 단축의 이익보다 크다고 보기 어려운 점에서 더욱 부당하다.
한편 대법원의 이러한 결정은 2004. 10. 26. 개인채무자회생법 폐지 후 통합도산법 도입 당시 선제적으로 종래 8년이던 변제기간을 5년으로 일괄적으로 단축했던 선례에도 반하는 것이고, 법 개정 취지에 따라 현행법으로 해석가능한 한도에서 성실했으나 불운한 채무자를 선제적으로 구제하려던 서울회생법원의 적극적인 사법행정을 무시하는 처사이기도 하며, 대법원이 그동안 견지해온 ‘채무자회생법은 인가된 변경계획 변경안의 제출 사유를 제한하고 있지 않다(대법원 2015. 6. 26.자 2015마95 결정)’는 태도에 비추어볼 때도 부당하다.
법률은 법원에 개인회생의 변제기간을 그 상한 내에서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재량을 주었음에도 그동안 법원은 법률을 지나치게 채권자의 측면에서만 해석해왔다. 이는 구법하 회생사건 대부분의 변제기간이 법률이 허용하는 최장기간인 5년이었고 개정법 시행 후 사건들의 변제기간이 3년으로 수렴하고 있다는 점에서 명백히 드러난다.
그동안 개인회생채무자들 중 변제계획안을 이행하지 못한 사례 중 대다수가 변제개시일로부터 2년 ~ 3년차에 중도탈락했다는 점이 실증적으로 밝혀졌다. 이는 변제기간이 3년을 초과할 경우 개인회생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방증이다. 개인회생 변제기간의 단축은 과도한 빚으로 정상적인 경제생활이 불가했던 채무자를 보다 조속하고 안정적으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게 한다. 이는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경제활력이 갈수록 둔화되는 우리 사회에 긍정적 효과를 불러올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개정법률 시행 전의 사건에 대해서도 변제기간을 3년으로 단축하여 개인회생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회생제도 도입 취지에 맞게 회생 가능한 채무자들의 조속한 사회복귀를 위해 6개월, 1년, 3년 등 다양한 변제계획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금융소비자 연대회의는 2017. 12. 12. 일부 개정된 채무자회생법의 부칙을 이미 변제계획이 인가된 개인회생사건 채무자도 변제기간 단축신청을 할 수 있도록 개정하는 입법을 추진하여 법 개정 당시 경과규정으로 발생한 채무자 간 형평성 문제, 서울회생법원과 대법원이 훼손한 국민의 신뢰 문제 등을 개선해 나갈 것이다.
2019.4.17.
금융소비자 연대회의
금융정의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주빌리은행,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