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광주에서 발생한 신용카드 대납 사기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시민들이 카드회사들의 부실 관리를 지적하며 금융당국에 철저한 조사와 재발 방지책 마련을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국회의원 등은 광주 서구 5·18 교육관에서 ‘신용카드 대납 사기 사건 피해 시민 구제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는 1차 재산 피해와 2차 금융 피해(채권 추심, 재산 압류 등 법적 조치 등) 사례를 듣고 대응 방안을 상담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난해 2월부터 9월19일까지 시민 600여 명이 일명 ‘지방세 대납을 가장한 카드깡 사기’를 당했다. 총 피해액은 260억 원으로 추산된다.
지방세 대납 명목의 유령 회사를 꾸린 사기단은 ‘신용카드를 빌려주면 매달 대금과 수수료를 주겠다’고 피해자들을 속였다.
사기단은 ‘신용카드를 다른 사람의 지방세 납부 용도로 사용한다. 지방세 대납은 불법이 아니다. 일종의 재테크 수단이다’고 했다. ‘세무·법무사가 관여돼 불법성이 없다’고 꼬드겼다.
범행 초기 몇 달 동안 카드로 지방세를 할부 결제하고 카드 결제 대금 며칠 전 카드값과 함께 2.8%가량의 수수료를 보내왔다.
지난해 9월20일 카드 당 수천만 원의 지방세를 결제한 뒤 대금을 주지 않고 잠적했다. 지난달 주범 3명 중 2명이 광주 북부경찰에 붙잡혀 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사기단은 법무사 사무실 수십 여곳과 거래하며 자동차 리스 업체 등의 지방세를 대신 납부해준 뒤 일부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지방세 등 세금 납부 시 카드 한도가 증액(특별한도)되는 점 ▲시중 은행 ATM기에 타인 명의의 신용카드로 세금 등을 대납할 수 있도록 하는 메뉴가 있는 점 등을 악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피해자들은 간담회에서 “카드회사들이 방조한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카드의 모든 한도가 지방세 대납에 사용돼 ‘카드깡’임을 미리 파악할 수 있었는데도 매출을 위해 사실상 방치했다”는 주장이다.
실제 카드사 1곳만 범죄가 의심된다며 대납을 중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카드사가 특별한도 증액 때 어떤 이유로 세금을 대납하는지 확인하지 않는 점 ▲일시적으로 결제 한도를 증액해도 세심히 살피는 절차가 없는 점 ▲금융감독원이 마련한 이상 금융 거래 탐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 ▲2017년 대구서 지방세 대납 카드 사기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지 않은 점 등도 지적했다.
피해자들은 금융감독원에 관련 조사와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며 진정서를 냈다. 카드사를 상대로 민사 소송도 검토하고 있다.
시민단체 주빌리은행은 ▲세무·법무법인 공모 여부 조사 뒤 민사상 손해 배상 청구 ▲신용카드사 귀책 사유 부여 및 채권 추심 유보 ▲지자체 등 각계각층서 유사 범죄 재발 방지책 마련 등을 구제 방안으로 꼽았다.
주빌리은행 금융복지 상담사, 광산구 금융복지센터 관계자 등은 피해자들에 대한 상담을 이어갈 방침이다.
한편 이번 사건의 피해자들은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등 각종 금융제재로 추가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카드를 많이 빌려준 가정은 10억 원이 넘는 채무를 부담하게 됐고, 신용불량으로 각종 사회복지서비스를 누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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