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N 칼럼] 금융산업과 E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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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N 칼럼] 금융산업과 ESG

박선종 숭실대 법학과 교수 / 롤링주빌리(공익은행)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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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0.21 07:44
  • 수정 2024.10.21 07:46

박선종 숭실대 법학과 교수 / 롤링주빌리(공익은행)
이사장

이제야 가을이 온 듯 싶긴 하지만, 유난히 길었던 2024년 여름은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곱씹게 한다. 기후변화는 환경보호와 밀접한데 이와 관련된 기업경영의 화두는 ESG 경영이다. 현재 금융산업에서도 ESG 경영은 중요한 과제이다. ESG 경영이란 기업이 단순한 이윤 추구를 넘어서 환경(Environment)보호, 사회적(Social) 책임, 건전한 지배구조(Governance)를 기반의 경영을 통하여 장기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 이해관계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국내 금융지주회사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역대 최대 규모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금융지주회사 경영실적(잠정·연결기준)’에 따르면 국내 금융지주회사 10곳의 당기순이익은 14조556억원으로 전년 동기(13조6083억원) 대비 4473억원(3.3%) 증가했다. 은행이 8조7000억 원으로 전체 이익의 54.5%를 차지했고, 증권과 보험이 각각 2조5000억 원(15.3%)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은행·증권·보험산업의 순이익 증가가 각각의 ESG 경영과 비례한 것인지는 약간의 의문이 든다. 

은행산업과 ESG 

KIKO, DLF, ELS 등 은행의 ‘불완전 판매’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은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우려를 자아낸다. 특히,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2021년) 이후에도 은행의 불완전 판매가 지속하는 것은 우려를 넘어 실망스럽다.  

‘고무줄 예대마진’도 문제다. 은행은 금리가 상승할 때 대출 금리를 빠르게 올리지만, 예금 금리는 천천히 올려 ‘예대마진’을 최대화한다. 이는 은행의 수익성을 높이지만, 소비자들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에서는 은행의 예대마진 변동도 ‘객관적 기준의 신속한 연동’이 가능하다. 고무줄 예대마진의 구태가 지속되는 것은 은행의 ‘지배구조’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이러한 실망과 의문은 은행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회의(懷疑)를 유발한다.  

보험산업과 ESG

금융감독원은 ‘2024년 상반기 금융민원 동향’에서 올해 상반기 금융민원 접수건수는 총 5만6275건으로 전년 동기(4만8506건) 대비 16.0%(7769건) 증가했다고 밝혔다. 금융권역별 비중은 보험(46.7%), 은행(25.0%), 증권(7.3%) 순이었다.

금융민원이 증가하는 것도 문제지만, 보험산업의 민원이 전체의 반 가까이 되는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많은 보험민원은 잘못된 관행에서 비롯된다. 예컨대, 보험상품의 원금은 납입 보험료(10만원)에서 사업비(1만원)를 공제한 9만원으로 정하는 관행이다. 이는 증권상품의 투자원금이 납입 투자금(10만원)에서 지급수수료(1만원)가 발생하면, 수익률이 –10%가 되는 것과 확연히 다르다. 통상, 보험회사는 이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

한편, 상당수 실손보험 소비자의 ‘보험금 과다청구’는 철저한 대응을 통해 발본색원해야 한다. 보험사가 보험료 인상으로 손실보전에만 급급한 태도는 고쳐야 한다. 보험사의 부적절한 업무처리로 인한 손해가 보험료율 인상을 통하여 전체 실손보험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것은 부당하다. 

‘보험민원율’과 ‘손해전가’ 문제가 지속(持續)되는 것은 보험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배구조에 대한 의문을 유발한다. 더욱이 이는 보험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회의로 연결될 수 있다.

증권산업과 ESG   

한국투자증권은 2021년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의 불완전 판매로 인한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 결정 후 투자자들에게 투자원금 100% 보상을 결정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2023년 8조 원을 돌파하며 2019년 4조 원 대비 2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는 국내 증권사의 ‘사회적 책임’ 성공사례로 칭찬할만하다. 

골드만삭스는 2023년 개인용 자산관리 앱을 통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출시했다. 원래 골드만삭스는 1000만 달러(약 137억 원) 이상을 맡기는 고객만 상대할 만큼 문턱이 높은 것으로 유명한데,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의 가입 기준은 1000달러(약 137만 원)에 불과하다. 가입 기준이 1/10000로 낮아진 것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도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운용을 시작했다. 이는 ‘초연결사회’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는 모습인데, 국내 증권산업에는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이 될 수 있다.

핸드폰을 통한 초연결사회의 특징은 물리적 국경의 장벽이 희석화되는 것이다. 더욱이, 초연결사회에는 이슬에 옷 젖는 속도가 매우 빠를 수 있다. 2023년 미국 은행 규모 16위인 실리콘밸리뱅크(SVB)가 36시간 만에 사실상 파산상태로 위기를 맞은 상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증권산업에는 투자자의 로보어드바이저 수요에 대한 충분한 서비스의 제공이 필요하다. 초연결사회에서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위기가 순식간에 찾아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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