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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주빌리은행장 된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 신용불량자에게도 새 삶의 기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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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1958년생/ 1985년 서울대 경제학과/ 1991년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1996년 미국 노트르담대 경제학 교수/2000년 한국개발연구원(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현)/2015년 주빌리은행장(현)

‘주빌리은행’이란 용어부터가 낯설다. 사실 뜻은 간단하다. 주빌리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희망연도(jubilee year)에서 딴 것. 악성 채무를 탕감해주는 사회운동을 의미한다. 뜻을 알고 보니 더욱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은행이 빚을 못 갚은 사람들 채무를 없애준다니.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면서 국내 최고 싱크탱크 소속 교수가 얼핏 반시장적인(?) 듯 보이는 주빌리은행에 두팔을 걷은 까닭은 뭘까. 서울 서대문 지식협동조합 사무실에서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57)를 만나 주빌리은행의 정체를 캐물은 배경이다.

“은행이라고 간판을 달았지만 시민사회에서는 꾸준히 진행돼온 사회운동이다. 과거부터 학문적으로만 해결책을 고민해오다 최근 한 시민단체로부터 생생한 현장 사례를 많이 듣고 보다 체계적으로 주빌리은행을 해보자 싶어 이재명 성남시장과 초대 은행장을 공동으로 맡게 됐다.”

주빌리은행은 간판만 ‘은행’이란 이름을 달았을 뿐, 일반 은행처럼 여수신 업무는 전혀 하지 않는다. 부실채권 시장에서 악성채권만 골라 매입해 이를 없애는 게 주요 업무다. 유 교수는 현재 부실채권 시장을 지독할 정도로 약탈적인 시장이라고 비판한다. 은행은 통상 3개월 이상 채권이 연체되면 이를 대부업체에 헐값에 넘긴다. 보통 부실채권 여러 개를 묶어 원금의 10% 안팎을 받고 파는데 소멸시효(5년)가 끝난 채권도 뭉텅이로 넘기는 경우가 있다. 이 단계부터는 그야말로 영화에서나 보던 지독한 채권추심이 시작된다.

장기 연체 채권 시장에서 악성채권 골라 소각

출범 1년 내 1000억원어치 부실채권 없앨 것

“대부업체는 소멸시효가 무슨 말인지도 잘 모르는 장기 채무자들에게 집요하게 전화해 단돈 만원이라도 갚으면 채무조정을 해주겠다는 식으로 꼬드긴다. 여기에 응하는 순간 채무변제의사가 확인되고, 이렇게 되면 소멸시효가 사라진 채권도 도로 살아나는 법률적 허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주빌리은행은 대부업체로부터 채권을 기부받아 이를 소각하거나 후원금으로 부실채권을 직접 매입한다. 출범 직후 원금 37억원가량 되는 채권을 한 업체로부터 넘겨받아 이를 털어냈다. 후원금으로는 원금 70억원어치 채권을 5000여만원을 주고 매입하기도 했다. 채무자들에겐 통상 원금의 7% 정도를 갚을 것을 권한다. 스스로 자립 의지를 갖게 할 뿐 아니라 또 다른 부실채권을 사들이는 재원도 될 수 있어서다.

후원계좌만으로는 재원 확보에 한계가 있어 대기업 후원이나 ‘아이스버킷챌린지’ 같은 모금 이벤트도 계획 중이다. 출범 1년 내 1000억원어치의 부실채권을 소각하는 게 주빌리은행의 목표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죗값을 치르고 다시 기회를 주는데, 능력이 모자라 빚을 못 갚고 있는 이들에게 재기의 기회조차 안 주는 건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새 삶의 기회를 주는 것 또한 도덕적 의무다.”

[배준희 기자 bjh0413@mk.co.kr / 사진 : 윤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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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2T08:55:18+09:00 2015.10.14 1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