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 회생신청하고 다시 채무조정을
Q: 10년 전 동대문에서 액세서리 가게를 창업했다가 8000만원의 빚만 진 채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마땅한 돈벌이도 없어 빚 독촉을 피해 연락을 끊고 은둔생활을 하다 생활이 막막해지면 불법 사채를 다시 빌리는 상황이 반복되었습니다. 나이가 예순이 넘은 지금도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가까운 지인 몇 명의 도움으로 겨우 일자리를 찾아 새롭게 출발했지만 100만원가량의 소득으로는 빚을 완전히 갚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신용회복위원회를 찾아 워크아웃 신청을 하고 월 상환 금액을 30만원으로 조정받았습니다. 그런데 워크아웃에 포함이 안 된 빚이 있어 다시 추심이 시작되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10년 전 정신없이 빚을 내는 바람에 어디에서 얼마를 빌렸는지 파악하기조차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알아보니 선생님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한 신용정보회사에서 급여통장을 압류해 버린 상황입니다. 워크아웃 신청 당시에는 그 빚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해 워크아웃 대상에 포함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급여 압류는 법률적으로 월 150만원 이상의 소득에 대해서만 가능합니다. 반면 통장 압류는 미리 통장 압류 금지 조치를 해놓지 않은 이상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업체에서는 급여 압류가 되지 않으니 급여가 입금되는 통장을 압류해 버림으로써 급여가 입금되어도 찾을 수 없도록 만든 것입니다. 채권 채무 관계에서 한번 실패하면 영원히 끝나지 않는 독촉이 이어지는 것입니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는 법률 취지는 명분으로만 존재하고 실제로는 채권자는 다양한 방법으로 채무자를 괴롭힐 수 있습니다. 통장 압류는 채무자가 직접 풀 수 없어 서울시 금융복지상담센터와 협업을 해서 해제 과정을 밟았습니다. 급여 통장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고 압류 방지를 뒤늦게 신청하면서 절차가 너무 복잡했습니다. 전문기관의 상담사조차 까다로운 작업이었다고 하니 심리적으로 허약한 채무자가 스스로 이런 조치를 할 수 있을까요.
가까스로 통장 압류를 해제한 뒤 법원에 회생 신청을 해서 상환 기간을 5년으로 단축하고 최저생계비를 조금 더 인정받는 방향으로 채무조정을 다시 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까지 사고파는 것이 여전히 가능하기 때문에 언제 누가 ‘당신이 내게 갚을 돈이 있소’ 하고 무섭게 다가올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자신의 노비문서가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사고팔리며 결국 추노꾼에게 붙잡히는 조선시대의 노비처럼 21세기 채무자는 새로운 형태의 노비 신세가 아닐까 싶어 답답한 현실입니다.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