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채권의 늪 (完)다시 희망을 이야기 하다
2017년 05월 29일 월요일
중부일보 김동성 기자 estar1489@joongboo.com
#충남 아산의 정모(80) 할아버지는 1996년 당시 아산에서 조그맣게 가내수공업을 해오다, 사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한 금융업체로부터 집을 담보로 2천만 원을 빌렸다. 빚을 갚지 못해 1999년 집은 경매로 넘어갔음에도 이 금융업체에 원금이 그대로 남아있었고 2002년 소송도 걸려있었다. 2015년 성남시금융복지상담센터의 문을 두드린 정 할아버지는 연체 시작일로부터 5년인 소멸시효가 지났고 금융업체에서도 마지막 소송 이후 지난 15년 동안 소송을 진행하지 않아 대출 채권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얼굴에 웃음을 되찾았다.
부실채권만을 사들여 소각하는 주빌리은행과 시중 주요 은행 등이 소멸시효가 완성된 ‘죽은 채권’을 소각하면서 빚더미에서 전전긍긍하던 채무자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돈을 빌려 쓰라고 한 금융회사들이 그 빚을 감당하지 못하는 연체자들의 채권을 대부업체에 헐값에 팔아버려 벼랑끝에 몰린 사회 취약계층의 제도권 금융복귀 및 정상적인 경제활동 재기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28일 주빌리은행은 설립부터 현재까지 지금까지 3만6천401명의 빚을 2억633만 원에 사들여 채권 원리금 6천139억4천600만 원을 소각했으며 주요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19만7천136명의 죽은 채권, 4조9천760억 원을 소각했다.
이재명 성남시장과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교수가 공동은행장으로 참여한 주빌리은행은 암암리에 사고팔리는 장기연체자들의 부실채권을 사들여 채무자의 형편에 맞게 적극적으로 구제해 주고, 형편이 전혀 안 되는 채무자들은 과감히 탕감하는 등 최대 93%로 부채 원금을 감면해 준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소멸시효 포기 특수채권 4천400억 원을 감면해 채무자 1만9천424명이 혜택을 봤고 우리은행은 2013년 이후 소멸시효가 완성된 1천868억원 규모의 특수채권을 전량 소각, 1만8천835명의 개인 채무자의 연체 정보가 없어져 정상적인 금융거래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은행이 소멸시효 완성채권을 감면하면 채무자들의 채무기록이 완전히 사라진다. 계좌 지급정지, 연체정보, 법적절차 등이 해지돼 다시 정상적으로 금융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 은행 입장에서는 이미 장부상 지워진 채권이기 때문에 감면한다고 손실이 늘어나는 건 아니다.
금융당국은 소멸시효 완성채권 감면 등록 절차를 완화하고 소멸시효 포기 특수채권을 은행들이 쉽게 감면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부실 채권이 다시 팔리기를 거듭하면서 연체자들은 비인간적인 추심에 시달리고, 삶의 희망을 잃어버리기 일쑤이기 때문에 제도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라며 “돈보다 사람이 중요하다. 빚은 갚는 것이 당연하지만 삶을 포기할 정도로 내몰릴 때까지 갚으라고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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