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코 스스로 구할수 있는 서류도 요구
양인정 기자 | lawyang@econovill.com | 승인 2018.05.02 18:17:17
[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정부가 실시하는 장기·소액채무 탕감 정책과 관련, 채무자의 접수를 받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필요치 않는 잡다한(?) 서류를 요구해 불편을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일 채권 소각운동과 채무 상담을 해주는 시민단체 ‘주빌리은행’에 따르면 정부의 장기소액탕감 제도를 이용하려는 채무자들이 복잡한 서류준비 절차로 신청 단계부터 포기하는 사례가 접수되고 있다.
경기도 거주하는 A씨(45)는 지난 달 주빌리은행을 찾았다. A씨는 장기·소액채무 탕감대상에 해당돼 캠코의 장기소액채무탕감 절차를 받을 자격이 있었다. 그러나 얼마 후 A씨는 다시 주빌리은행을 찾아와서 “준비할 서류가 너무 많고 복잡해 신청을 포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빌리은행 관계자는 “장기·소액 채무 탕감 절차에 대한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례는 A씨뿐만이 아니다”라며 “신청 준비단계에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캠코는 개인신용지원 홈페이지 을 통해 장기소액채무 탕감절차와 관련한 준비서류 등을 안내하고 있다.
이들 준비 서류 종류가 지나치게 많고 내용도 어려워, 채무자들이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현행 캠코가 요구하는 서류는 크게 공통서류와 채무자의 소득 및 재산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로 나뉜다.
공통 서류로는 ▲주민등록등본 ▲지방세 세목별 과세증명서 ▲계좌정보 통합관리서비스 조회증명서 ▲임대차계약서 등 거주관련 증명서 ▲출·입국사실증명서 등이 필요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어 소득이 있는 채무자에게 요구하는 서류, 소득이 없는 채무자에게 요구하는 서류를 각각 다르게 제시하고 있다.
이 밖에 기초생활 수급자는 기초생활수급증명서, 차상위계층은 한부모가족증명서 등 관련서류 중 하나를 준비해야 한다.
일반인이라도 일상생활을 하면서 좀처럼 떼보지 않는 서류들이 대부분이고, 헷갈리게 하는 서류도 적지 않다. 주로 취약계층인 채무자들이 이해하기 어렵다.
채무상담을 하는 서울시 소속의 한 사회복지사는 “일부 채무자는 구청이나 주민센터에서 받을 수 있는 지방세 세목별 과세증명서를 세무서에 가서 발급 신청하기도 한다”며 “인증서가 없어 주로 해당 관청에 직접 가야하는 채무자로서는 두 번 걸음을 하는 경우도 많다. 무인발급기 사용도 어려운게 현실”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캠코가 자체적으로 열람 가능한 서류까지 채무자에게 직접 요구하고 있다.
현행 자산관리공사법 36조는 캠코가 국가, 지방자치단체, 국민연금관리공단, 근로복지공단, 관할 세무서에 업무 수행과 과세에 관련된 서류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을 이용한 것이다.
하지만 캠코의 채무자 관련 정보를 보여주는 내부전산 시스템 화면에는 ▲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조회 ▲수급자증명서 ▲최근3년 출입국 사실증명서 ▲최근3년 지방세 세목별과세 증명서를 PDF파일로 볼 수 있게 되어있다. 그런데도 채무자에게 준비서류를 갖출 것을 요구한다는 것.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불법추심 사례 보고대회’ 간담회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다.
당시 간담회에 참석한 전남금융복지 상담센터 백진 상담사는 행사에 참석한 캠코 관계자에게 “장기·소액채무탕감제도를 이용하려는 채무자들은 대부분 취약계층이 많은데 이들이 발급해야 될 서류가 복잡해 신청을 주저하는 사례가 많다”며 “캠코가 요구하는 서류 중 일부분은 캠코가 자체 전산으로 확인이 가능한데 굳이 그런 서류를 요구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캠코 관계자는 “캠코가 지자체에서 발급하는 모든 서류를 열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일부 서류는 관련 법률에 따라 해당 기관에 요청이 가능하지만 신청 후 상당시간이 소요되는 점이 있어 직접 구비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시일이 걸린다는 이유로 캠코는 관계기관에 자료를 요청하는 대신 채무자에게 직접 요구한다는 뜻이다.
장기 소액 채무에 대한 탕감 신청은 오는 8월까지다. 캠코는 이후 최장 3년동안 심사기간을 거쳐 최종 탕감 대상자를 선별한다는 방침이다. 3년 기간이 있는 만큼 캠코가 관계기관에 자료 제공 요청을 할 시간이 충분하다는 것이 시민단체의 반론이다.
주빌리은행 유순덕 팀장은 “장기 10년의 연체 채무를 보유하는 채무자들이 중장년층이 많고 인터넷에 밝지 않은 상황에서 캠코가 보다 채무자에게 다가가는 행정을 펼칠 필요가 있다”며 “신청 채무자들이 개인정보자료제공에 동의한다는 점에서 캠코가 자체 열람이 가능한 서류에 대해서는 준비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만일 중앙정부의 협조가 필요한 사항이라면 중앙정부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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