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늪에 빠진 민간 가계
모 방송국의 어느 프로그램은 유명 쉐프가 골목 상권을 방문하여 음식과 가게 운영에 대한 피드백을 통해 낙후된 소상공인의 경영 정상화를 목적으로 기획하여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나름의 노하우와 특색 있는 음식 맛으로 승부를 걸어 불황의 와중에도 재기의 가능성이 보이는 가게도 있지만, 적지 않은 가게는 단순히 직장 생활에 대한 회의와 염증 그리고 자신만의 사업을 해 보고 싶다는 이상적인 생각으로 가게를 시작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렵사리 시작한 가게는 주말마저 파리를 날리는 매우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있기도 하다.
2016년 말 통계청과 소상공인연합회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세무서에 등록된 자영업 업소 479만개 중 연매출 1200만원 미만이 21.2%를 차지해 물경 101만 8천개의 업장에서 월 100만원 매출도 올리지 못 하는 것으로 끔찍한 상황을 드러냈다. 2016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하루 평균 3천명이 자영업에 뛰어들고 하루 평균 2천명이 사업을 접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도, 소매업 다음으로 숙박 및 음식업이 전년도에 비해 매출이 감소했다고 밝히고 있다.
소상공인의 문제는 소상공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소상공인은 불확실한 일자리로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창업에 뛰어든 이들이 대부분이다. 어제의 근로소득자가 오늘의 소상공인이 되는 현실이 2018년 대한민국 민간 가계의 상황이다. 무엇보다 이들은 어제의 취약한 생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뛰어든 창업으로 인해 오늘과 미래의 생계마저 금융권에 저당 잡히는 극심한 가계 빚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채무가 늘어날수록 멀어지는 미래
신규 창업은 좁은 일자리를 두고 익명의 취업 준비자들과 경쟁하는 노동 시장과는 또 다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평생 고용주의 갑질과 그 대가로 주어지는 쥐꼬리만 한 급여에 대한 불만의 대안으로 창업을 시작하지만, 창업은 언제 잡힐지 모르는 강에 무모한 낚싯대를 드리우는 낚시꾼의 그것과 별다를 바 없다. 문제는 그 넓고 깊은 강가에 단 한명의 강태공만 있는 것도 아니다. 물반 고기반이 아니라, 물반 강태공이 절반인 상황이다. 그 강엔 물고기가 씨가 말랐을 지도 모르는데, 잡아도 피라미에 가까워 다시 놓아줘야 할 판일지도 모르는데, 빚으로 고가의 장비를 구입해 가족의 모든 생계를 그 가느다란 낚싯대에 거는 무모함 자체다. 오히려 먹을거리를 구하고 상환해야 할 채무 이자를 위해 신규 대출을 일으켜야 하는 상황에 빠진다.
골목 시장은 사실상 대기업에 가까운 브랜드 가게들로 장악된 지 오래다. 시작부터 패배가 가까운 게임이다. 모르는 바도 아니지만, 달리 뾰족한 방법도 없다. 자녀가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하여 부양 의무에서 자유롭지 못 한 가장들은 섶을 지고 불길로 뛰어드는 것을 알면서도 달리 도리가 없다. 일반적인 채무 불이행에 빠지는 신용불량자인 시민과 달리 소상공인의 빚 정리는 훨씬 더 복잡하고 까다롭다. 면책에서 제외되는 채권들인 각종 세금 채무, 임금 채권이라 불리는 인건비, 정책 자금으로 빌린 소상공인 대출 등은 폐업 후 더 이상 생계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마저 끝까지 책임지고 갚아야 하는 돈이기 때문이다.
다각도의 방향에서 접근해야 하는 소상공인 채무
최근 경제 핫이슈는 단연 “최저임금”이다. 불황의 늪에 빠진 소상공인들은 매출도 감소하는 판국에 최저임금을 지키기 위한 자구책으로 아르바이트를 정리하는 등 더 열악한 임금 노동자들을 정리하는 방법으로 버티고 있다. 정부는 세금으로 최저임금을 보전해 주는 방식으로 지원한다지만 언 발에 오줌 누는 정도다. 과 포화된 자영업 시장의 구조조정은 재계나 학계에서 오래 전부터 주장했던 바다. 근로소득자들이 실직 후 재취업 혹은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지나치게 진입 장벽이 낮은 자영업 시장 및 손쉬운 소상공인 정책 자금도 문제이며, 더불어 폐업 후 자영업자와 가족들이 빈곤 계층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퇴로도 잘 만들어야 한다.
또한 가계 역시 창업에 대한 결정을 그저 경쟁력 있는 아이템이나 나에게만 유리하게 시장이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접근해서도 안 된다. 창업 자금과 운영 자금이 화수분처럼 생길 것이라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남의 돈에는 늘 그만큼의 “거래비용”이 존재하며 그 비용을 지불하는데 돈만이 아니라 삶이라는 더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창업을 결정하기 전에 반드시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