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단체: 금융정의연대, 주빌리은행, 민변민생경제위원회, 민생경제연구소, 참여연대,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금감원의 키코(KIKO) 분쟁조정안 거부한 은행들, 피해기업에 대한 상생기금으로 최소한의 책임 다해야..
키코(KIKO)사태는 명백히 밝혀진 금융적폐이자 금융사기 사건. 은행들은 ‘배임’핑계로 배상 거부하는 등 책임회피 중단하고, 금감원 권고,공대위 중재안 즉각 받아들여 책임지고 매듭지어야…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키코(KIKO)사태’와 관련하여 “불완전상품을 판매한 은행이 피해기업 4곳에 15~41%를 배상하라”고 권고하였고, 나머지 145개 피해기업에 대해서는 이 조정안을 바탕으로 은행들이 자율조정 하도록 권고하였다. 이에 산업은행을 제외한 10개 은행들이 지난 7월 8일 ‘은행자율협의체’를 꾸렸으나, 여전히 배상 책임 이행에는 지지부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금감원 권고를 받은 은행 6곳 중 5곳은 ‘배임’을 핑계로 분쟁조정안을 거부하며 무책임한 행태를 이어가고 있어, 키코사태가 발생한 지 12년이 지났지만 피해기업들의 고통은 끝나지 않고 있다.
키코사태는 대표적인 금융적폐 사건이자 금융사기 사건이다. 키코(KIKO)는 중소기업이 제한된 기대이익을 대가로 무제한의 위험에 처하게 되는 파생금융상품이었으나, 신한은행, 씨티은행, SC제일은행 등 은행들은 피해기업들에게 키코를 환 헤지 상품으로 홍보하며 판매하였고, 실질적으로 피해기업들에게 계약을 맺도록 유도한 정황이 금감원 조사로 뚜렷하게 드러났다. 결국 일부 중소기업들은 파산했고, 피해기업들은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피해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은행들이 키코사태에 대해 “이미 모든 결론이 난 일”, “나서서 배상을 하는 것은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책임회피에만 급급하는 것은 참으로 후안무치한 행태이다. 공공성을 가진 은행이 원금 전액 손실까지 가능한 상품을 고객들에게 속여 팔아놓고, 증거개시제도의 부재로 인해 금융사만 증거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책임을 회피하고 버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시중은행에 대한 금융소비자들의 신뢰를 무너트리는 행위이며 공공성을 지닌 은행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다. 이미 키코사태가 명백한 은행의 잘못임이 밝혀진 만큼, 은행은 그 어떤 책임에서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은행들은 법적 책임 여부를 따지기 전에 자신들이 저지른 불완전판매 및 사기행위를 인정하고 책임지는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마땅하다.
여전히 거듭되는 은행들의 무책임한 변명에, 피해기업들로 구성된 키코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먼저 ‘상생’을 들고 나왔다. 공대위는 지난 8월 26일 금감원과 은행자율협의체에 키코사태의 일괄 영구적 해결을 위해 ‘은행과 정부가 출연한 상생재단을 설립하고, 은행과 정부 및 피해기업이 1/3씩 의결권을 갖는 이사회가 기금을 운영하여 피해기업 재기와 정상화에 나서자’고 제안하였다. 은행의 사기행위로 인해 오랜 기간 고통을 겪어왔을 피해기업들이, 은행의 막무가내 식 버티기에도 불구하고 백번 양보하여 중재안을 내놓은 것이다. 적극 나서서 책임을 져도 모자랄 판국에 먼저 손 내민 피해기업들에게 은행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하며, 이마저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금융소비자 보호 의무를 저버린 파렴치한 행태다. 따라서 은행들은 공대위의 중재안을 즉각 받아들여 최소한의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키코사태는 물론 최근 사모펀드 사태에서도 금융사의 무책임한 행태가 계속되고 있어, 금감원 분쟁조정에 대해 금융사의 책임 이행을 강제할 법적·제도적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 최근 금감원장이 언급했던 ‘편면적 구속력(권고 배상액이 일정 금액 이하일 경우, 금융사가 거부하더라도 분조위 권고를 무조건 수용할 수 있도록 법적 강제력을 부여)’을 도입하는 등 분쟁조정의 실효성을 높여야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고 안전한 금융시장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을 위한 국회의 역할도 더욱 중요하다. 12년간 해결되지 않은 키코사태, 이제는 매듭지어야 한다. 명백히 사기행위로 밝혀진 키코사태에 대해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는 은행들을 강력하게 규탄하며, 이제는 은행들이 책임지고 신뢰회복의 길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